해를 품는 경계

The border embracing the sun
데포소 Deposo
만국기는 내 기억의 오랜 저 편, 모퉁이의 그늘에서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늘 새로운 재미에 목 말라 하던 어린 동심 사이에서 운동회라는 이름의 들뜬 시간 속으로 몰아가던 만국기.
 
하늘, 만국기 그리고 아직은 섣부른 학생들의 요람은 하나의 경계를 두고서 모두가 지는 해를 품고 있다 한다.
 
3분의 1보다 조금 모자라게, 하지만 그래서 내가 그리고자 하던 하늘은 스스로 기대했던 것 보다 조금은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됐나 보다.
 
이제서야 가끔은 저 만국기를 나부끼게 하기 위해 애쓴 수고의 손길에도 나의 초라한 배려가 스쳐갈 수 있다.
 
지는 해는 오늘과 내일의 경계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학교, 운동회, 만국기 그리고 지는 해가 어우러진 어느 저녁 풍경이다. 

어느 한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안에서 편안하게 머물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우리들. 그 테두리는 가족, 회사, 종교 단체, 사회, 국가 심지어는 삶이 될 수도 있다.

떠들썩하고 풍성하던 운동회도, 크고 작은 일들로 가득하던 하루도, 온 세상을 환히 비추던 해와 함께 또 하나의 경계를 넘어 다른 테두리로 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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